이공계 연구를 하다 보면 영어를 피할 수 없다. 논문도 영어, 학회도 영어, 발표도 영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어려웠던 건 단연 영어 발표였다.
영어가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사람이 많으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학부 때 발표를 많이 하지 않았다. 수업에서 발표 기회가 있어도 최대한 피했고, 해야 할 때는 억지로 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원에 와서 학회 발표를 처음 준비할 때 심각하게 긴장했다.
청중이 있다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연습할 때는 잘 됐는데, 사람들이 앞에 앉아있으면 준비한 내용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목소리도 떨렸다.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지니 더 힘들었다.
처음 몇 번의 발표는 우황청심환을 먹고 올라갔다. 긴장을 억누르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 발표를 마치고 나면 진이 빠졌다. 연구 내용을 전달했다기보다, 그냥 버텼다는 느낌이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발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하나였다. 계속 하는 것이었다.
학회 발표, 연구실 내 발표, 세미나 발표 —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하지 않고 했다. 처음에는 매번 긴장했다. 하지만 횟수가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긴장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 긴장이 발표를 완전히 망치는 수준은 아니게 됐다. 준비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영어 발표는 영어 실력보다 발표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유창하지 않아도, 문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내용을 자신 있게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청중은 완벽한 영어를 기대하지 않는다. 연구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발표를 기대한다.
학부 때부터 연습했으면 좋았을 것

지금도 영어 발표가 완전히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처음과는 다르다. 우황청심환 없이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그 차이가 경험의 차이라는 걸 확실히 안다.
학부 때부터 발표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업에서 발표 기회가 있으면 피하지 않고 해보는 것, 스터디에서 영어로 설명해보는 것, 작은 자리에서부터 경험을 쌓는 것. 그 습관이 대학원에 와서, 학회에 가서, 국제 무대에서 달라지게 만든다.
발표 실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감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없다. 계속 하다 보면 생긴다.
영어 발표가 두렵다면, 지금 당장 작은 자리에서 한 번 해보는 것을 권한다. 그 한 번이 시작이다.
영어 발표를 위한 실용적인 팁
경험을 통해 도움이 됐던 방법들을 정리해본다.
첫째, 발표 전 충분한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소리 내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표현에서 막히는지, 어떤 부분에서 목소리가 흔들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발표 내용을 완전히 외우려 하지 말고,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외운 내용은 긴장하면 사라진다. 하지만 내가 발표하는 내용의 논리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
셋째, 발표 시작 전 몇 분간 깊게 호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긴장했을 때 심박수가 올라가는데, 천천히 호흡하면 어느 정도 안정된다. 발표 직전에 화장실에서 2-3분 혼자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청중과 눈을 맞추는 것을 연습하라. 슬라이드만 보거나 바닥을 보면 자신감 없어 보인다. 청중 한 명 한 명과 짧게 눈을 맞추며 발표하는 연습을 하면, 자신감 있어 보이는 동시에 본인도 덜 긴장하게 된다.
발표 영어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 원어민처럼 발표할 필요는 없다. 국제 학회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연구자들이 있고, 대부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중요한 건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문법이 때로 틀려도 괜찮다. 연구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면 된다.
영어 발표 두려움은 대학원에 와서 갑자기 극복하기 어렵다. 학부 때부터 조금씩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가장 좋다. 작은 자리에서 한 번씩 해보는 것, 그 습관이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
이 글은 화학공학 박사 Peter Kim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