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논문을 쓰면서 깨달은 것 — 실험 전에 주장을 먼저 정해야 한다

첫 논문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데이터는 있었다. 문제는 그 데이터로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이었다.

실험을 하기 전에 내가 어떤 내용을 논문으로 주장할 것인지를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진행했다. 촉매를 설계하고, 합성하고, 반응을 돌렸다.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막상 논문을 써야 하니 이 데이터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주장하려는 건지 정리가 안 됐다.

논문 쓰기 막막해하는 대학원생

실험을 먼저 하면 생기는 문제

주장을 정하지 않고 실험부터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첫 논문을 쓰면서 체감했다. 데이터는 쌓여 있는데, 어느 데이터가 핵심이고 어느 데이터가 부가적인지 정리가 안 된다. 어떤 비교 실험이 필요한지도 뒤늦게 깨닫는다. 필요한 데이터가 없어서 실험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논문은 하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그 주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어도 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걸 논문을 쓰면서야 알았다. 처음부터 알았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장을 먼저 정하고 실험을 설계하다

연구 목표를 먼저 정하고 실험을 설계하는 연구자

첫 논문 이후로 방식을 바꿨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연구로 무엇을 주장할 것인지를 정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먼저 그렸다.

그 다음에 어떤 선행 논문을 참고해서 촉매를 설계할지를 찾았다. 주장이 먼저 있으니 논문을 읽는 목적도 명확해졌다. 그냥 많이 읽는 게 아니라, 내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논문을 찾아서 읽게 됐다. 실험 설계도 더 체계적이 됐다. 필요한 비교군, 대조군, 검증 데이터 — 이것들을 미리 계획하고 들어가니 실험이 훨씬 목적 있게 진행됐다.

두 번째 논문은 더 빨리 나왔다

두 번째 논문을 완성한 연구자

변화는 결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논문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보다, 두 번째 논문이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 훨씬 짧았다. 같은 양의 실험을 했는데 결과가 달랐다. 주장이 먼저 있으니 실험이 낭비 없이 진행됐고, 데이터가 쌓이는 속도도 빨라졌다.

논문 쓰는 것 자체도 달라졌다. 이미 주장이 있고, 그걸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으니 글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뭘 쓸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줄었다. 처음에는 논문 한 편 쓰는 것이 산을 넘는 것 같았는데, 방식을 바꾸고 나서는 과정이 훨씬 구조적으로 느껴졌다.

대학원생에게 전하고 싶은 것

연구를 시작할 때 “논문에서 어떤 주장을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그게 잘 안 된다. 연구 경험이 없으면 어떤 주장이 논문이 될 수 있는지 감이 없다. 그래서 처음엔 지도교수님이나 선배에게 자주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조금 일찍 알았다면, 첫 논문이 더 빨리 나왔을 것이다. 실험은 목적이 있을 때 빠르다. 주장이 먼저다.


논문 주장을 먼저 정하는 구체적인 방법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주장을 먼저 정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아직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도 없는데 어떻게 주장을 먼저 정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장은 결과 예측이 아니다. 연구의 방향과 목적이다.

예를 들어 “이 촉매가 A 반응에서 기존 촉매보다 선택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는 주장을 먼저 정하면, 거기서 역방향으로 실험이 설계된다. 어떤 비교 촉매가 필요한지, 선택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어떤 반응 조건을 비교할 것인지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렇게 설계된 실험은 낭비가 없다. 모든 데이터가 주장을 향해 쌓인다.

반대로 주장 없이 실험하면, 나중에 “이 데이터가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가”를 역으로 찾아야 한다. 이게 훨씬 어렵다. 맞는 주장을 찾지 못하면 데이터가 있어도 쓸 수 없다.

논문 한 편을 하나의 주장으로 구성하기

좋은 논문은 하나의 명확한 주장을 한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주장하려 하면 글이 산만해진다. 처음에는 하나의 주장으로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 것 자체가 목표다. 그 주장이 명확할수록 Introduction에서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Results에서 어떤 데이터를 보여야 하는지, Discussion에서 무엇을 해석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이 방식으로 바꾼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논문을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실험의 효율이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데이터가 전부 논문에 쓸 수 있는 것들이었다. 주장이 먼저라는 원칙 하나가 연구 전체의 흐름을 바꿨다.


이 글은 화학공학 박사 Peter Kim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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