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만 쌓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 대학원생이 특허를 써야 하는 진짜 이유

박사과정을 시작했을 때, 저는 논문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SCI급 저널에 제1저자 논문을 몇 편 내느냐가 연구자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 하나로 주말도 없이 실험실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박사를 마치고 잠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혹시 특허 출원 경험 있으신가요?”

처음엔 당연히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면접관은 눈을 빛내며 물었습니다. “직접 작성하셨나요, 아니면 발명자로만 등재되신 건가요?” 그 질문에 저는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특허를 ‘직접 썼느냐’와 ‘이름만 올렸느냐’는 기업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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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과 특허, 무엇이 다른가

학계에서 논문은 연구 역량을 증명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하지만 기업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지원자를 봅니다. 논문은 ‘이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지만, 특허는 ‘이 사람이 연구 결과를 사업화 가능한 자산으로 변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기업 R&D 부서에서 원하는 인재는 단순히 논문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연구 결과가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 어떤 기술적 가치를 갖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입니다. 특허 작성 경험은 바로 그 역량을 증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저는 박사과정 동안 총 3건의 특허를 직접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제 스스로 실험 결과를 보며 “이건 특허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하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그 경험이 나중에 엄청난 차별점이 됐습니다.

취업 면접에서 특허가 만들어낸 차이

박사를 마치고 포닥을 선택하기 전, 잠시 국내 대기업 R&D 직군 면접을 경험했습니다. 서류에서는 논문 실적이 주목받았지만, 면접 현장에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건 특허였습니다.

“특허 3건을 직접 청구항부터 작성하셨다고요?” 면접관의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질문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어떤 기술적 차별점을 어떻게 청구항으로 표현했는지, 선행 특허 조사는 어떻게 했는지, 출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그 자리에서 저는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기술을 자산화할 줄 아는 사람으로 포지셔닝이 됐습니다. 결국 직무 적합성 평가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결과가 최종 합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그 기업에 입사하지 않았습니다. 더 배우고 싶은 연구 주제가 있어서 포닥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확실히 가르쳐줬습니다. 특허는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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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기 전에 먼저 물어봐야 할 것

많은 대학원생들이 이런 순서로 생각합니다. 실험을 하고, 결과가 나오면 논문을 씁니다. 특허는 그 이후, 혹은 아예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순서가 반대여야 할 때가 많습니다.

논문을 먼저 공개(publish)하면, 그 내용은 법적으로 특허 출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특허는 ‘신규성’이 필수 요건인데, 논문으로 공개된 내용은 신규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단, 한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공개 후 1년 이내 출원을 허용하는 ‘신규성 예외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미 공개된 연구는 청구항 범위를 넓히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저는 스스로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 이 결과가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법이나 물질인가?
  •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적 가치가 있는가?
  • 경쟁 연구자들이 비슷한 방향을 연구하고 있지 않은가?

세 가지 모두 ‘그렇다’에 가깝다면, 논문 투고 전에 특허 출원을 먼저 고려했습니다. 지도교수님과 상의하고, 학교 산학협력단(또는 기술이전센터)에 연락해서 특허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학교 특허 특강, 꼭 들으세요

제가 처음 특허를 접한 건 박사 2년차 때 학교에서 열린 특허 특강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큰 기대 없이 들었습니다. ‘나는 학계에 남을 건데 특허가 무슨 소용이야’라는 생각으로요.

그 특강에서 배운 것들이 이후 3건의 특허 작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선행기술 조사 방법, 청구항 작성의 핵심 원칙, 기업과의 기술이전 협상 구조. 30분짜리 강의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이후 몇 년을 써먹었습니다.

많은 학교의 산학협력단이나 창업지원단에서 무료로 특허 특강을 운영합니다. 심지어 변리사를 직접 초빙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기회는 외부에서 접하면 수십만 원짜리 강의입니다. 재학 중일 때 무료로 들을 수 있을 때 놓치지 마세요.

특강이 없다면 학교 산학협력단에 직접 연락해서 ‘특허 상담’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도 한 번은 특강 외에 별도로 상담을 신청해서 특허 청구항 초안을 들고 가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무료입니다. 재학생 혜택입니다. 쓰지 않으면 손해입니다.

특허를 쓴다는 건, 연구자로서 다른 눈을 갖는다는 것

특허를 직접 써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연구를 보는 시각’이었습니다. 특허는 단순히 “이런 결과가 나왔다”가 아닙니다. “이 기술이 왜 기존과 다르고, 어디에 쓸 수 있으며,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이 사고 훈련은 논문 작성에도 좋은 영향을 줬습니다. 내 연구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선행 연구와 어떻게 다른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졌습니다.

논문은 학계를 향한 언어입니다. 특허는 산업계를 향한 언어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연구자는 어디서든 경쟁력이 있습니다.

지금 박사과정에 있다면, 특허를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기지 마세요. 내 손으로 실험해서 나온 결과물이 특허가 될 수 있는지, 오늘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 생각 하나가 몇 년 뒤 취업 면접장에서, 혹은 기술이전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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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경험: 이 글은 대학원 생활 중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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