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닥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새로운 연구실,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환경. 설레는 것들이 많았지만,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서서 마주한 제 모습은 솔직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처음 입학하던 때와 비교하면 체중은 10kg 가까이 늘었고, 조금만 계단을 올라도 숨이 찼습니다. 예전엔 당연하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지난 수년간 제가 제 몸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오늘은 대학원 시절 체력 관리를 완전히 방치했던 저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합니다. 지금 막 대학원에 입학했거나 한창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처음엔 정말 몰랐습니다 — “나는 원래 건강한 사람”이라는 착각
석사 과정을 시작하던 때, 저는 스물다섯 살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체력에 대한 고민 따위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친구들과 농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딱히 운동이라고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대학원에 들어와서도 저는 “나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 문헌을 읽고,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처음 몇 달은 그래도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몸은 여전히 가벼웠고, 밤새 실험을 해도 다음 날 큰 피로 없이 버텼습니다. 그 시절 제가 운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은 딱 이 한 마디였습니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운동은 좀 나중에 해도 되겠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일한 판단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론처럼 느껴졌습니다.
운동을 안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연구에 시간을 쏟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지금 이 논문 하나만 마무리하면, 이 실험 결과만 나오면, 그때 운동 시작해야지.” 그 ‘그때’는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그래서 더 무서웠던 변화
문제는 체력 저하가 드라마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거나,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주 조금씩, 천천히,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박사 과정으로 넘어가면서 연구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실험 스케줄은 촘촘해졌고, 논문 마감과 학회 발표 준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았고, 그나마 먹는 것도 편의점 음식이나 배달 음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수면도 불규칙했습니다. 실험 조건에 따라 새벽에 나와야 할 때도 있었고, 반대로 밤을 새우는 날도 있었습니다. 운동은 고사하고, 규칙적인 생활 자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자 변화가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바지 허리 치수가 하나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옷이 줄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험실 내 계단을 오르다 숨이 살짝 차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따라 피곤한가?”라고 넘겼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와 어깨가 뻐근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책상 의자가 안 좋은가?”라고 의심했습니다.
모든 신호를 다른 이유로 설명하며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그 신호들은 전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졸업 무렵에는 체중이 처음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보다 7~8kg 늘어 있었고, 조금만 무리하면 다음 날 온몸이 뻐근하게 아팠습니다. 회복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포닥이 되어서야 마주한 현실
포닥을 시작하면서 솔직히 조금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제 박사 과정처럼 죽어라 실험만 할 필요는 없겠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운동도 시작하고 생활 패턴도 잡아야지.”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포닥은 포닥대로 쫓기는 게 있었고, 새로운 연구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체력 소모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체력으로는 예전처럼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학회 출장을 다녀오면 며칠을 피로가 가시지 않았고,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연구를 오래 붙들고 있어도 효율이 나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체력은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 연구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그제야 저는 뒤늦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은 못 하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 30분이라도 걷거나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게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생활 습관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동시에 실감하고 있습니다. 몸이 좋았을 때 미리 관리했더라면 이렇게 힘들게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후회가 큽니다.
대학원 초창기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만약 막 대학원에 입학했거나, 연구실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 제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나는 지금 건강한데, 이 정도로 무너지진 않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저는 직접 겪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체력은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건 순식간입니다. 정확히는 순식간처럼 느껴질 만큼 어느 순간 크게 와 닿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몸이 건강한 것은 지금껏 살아온 삶이 만들어준 결과입니다. 그 건강이 관리 없이도 계속 유지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연구가 바쁜 건 맞습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루 30분,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거창한 헬스장 등록이 아니어도 됩니다. 점심 식사 후 캠퍼스를 한 바퀴 걷는 것,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하는 것,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 이런 작은 것들이 쌓이면 분명히 다릅니다. 운동을 미루는 가장 흔한 이유가 “지금 몸이 괜찮으니까”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그게 바로 가장 위험한 함정입니다.
저는 지금도 후회합니다. 석사 초반, 몸이 가장 좋았던 그 시절에 조금만 습관을 들여놨더라면 지금쯤 훨씬 나은 상태로 연구하고 있었을 거라고요. 연구자로서 오래 달리려면 몸이 먼저 버텨줘야 합니다. 논문보다 더 오래 써야 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의 몸입니다. 지금 이 글이 여러분의 작은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저자의 경험: 이 글은 대학원 생활 중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