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처음엔 잘 몰랐다. 주변에서는 “좋은 교수님 밑으로 가라”, “네임밸류 있는 학교로 가라” 같은 말들을 했지만, 막상 내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는 직접 부딪혀봐야 알 수 있었다.
나는 석사와 박사를 다른 기준으로 선택했다. 그 경험을 정리해본다.

석사 — 하고 싶은 실험과 교수님의 파워
석사 연구실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본 건 내가 하고 싶은 실험을 하는 곳인지였다. 생명공학 쪽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 방향과 가까운 연구실을 찾았다. 학부 때 다니던 대학교의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과 안에서 교수님의 위치와 영향력도 하나의 기준이 됐다.
학과 내에서 파워가 있는 교수님이라는 건, 연구비가 잘 들어오고, 논문 실적이 좋고, 학과 내 인맥이 넓다는 의미다.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그런 연구실에 있으면 기회가 더 많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학회 참석, 공동 연구, 졸업 후 인맥 —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석사 선택은 내가 원하던 분야와 완전히 맞지 않았다. 교수님도 입학 전과 후가 달랐다. 그 경험이 박사 선택 기준을 바꿔놨다.

박사 — 대학교의 파워를 최우선으로
박사를 선택할 때는 기준이 달라졌다. 연구 테마는 석사 때 이미 어느 정도 정해졌다. 촉매 연구라는 방향이 생겼고, 그 안에서 어떤 세부 주제를 하느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박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대학교 자체의 파워를 우선으로 봤다. 연구 인프라, 논문 실적, 학교 네임밸류, 졸업생들의 진로 — 이런 것들이 판단 기준이 됐다. 파워 있는 학교에서 나온 박사라는 타이틀이 졸업 후 진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주변 선배들을 보면서 알게 됐다.
같은 연구를 해도 어디서 했느냐가 논문 실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내는 데에도 학교와 지도교수님의 네트워크가 작용하는 현실이 있다. 그걸 무시하기 어려웠다.

대학원 선택에서 중요한 것들
석사와 박사를 거치면서 대학원 선택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석사와 박사의 선택 기준이 달라야 한다. 석사는 연구를 처음 경험하는 단계라,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보다 어떤 환경에서 기본기를 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박사는 자신의 연구 정체성이 어느 정도 잡힌 뒤에 선택하는 것이라, 연구 환경과 졸업 후 진로를 더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교수님과 학교는 다른 차원의 기준이다. 좋은 학교에 있는 좋은 교수님이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두 가지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학교의 파워와 교수님의 연구 스타일, 그리고 연구실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셋째,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연구보다 5년 후 내가 어디에 있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 대학원 선택은 연구 방향만큼이나 커리어 방향과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다시 선택한다면
지금 돌아보면 석사 때 연구실 선택을 좀 더 신중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하던 분야가 아닌 촉매 연구를 하게 됐고, 교수님도 기대와 달랐다. 하지만 그 경험이 박사 선택을 더 현실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좋은 학교, 실적 있는 연구실, 그리고 연구실 분위기.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다시 선택한다면, 진학 전에 그 연구실의 현재 대학원생들을 직접 만나볼 것이다. 논문 수나 연구비 규모보다 그 사람들의 표정이 더 솔직한 답을 준다. 그리고 5년 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한 뒤, 거기서 역방향으로 대학원을 선택할 것이다.
대학원 선택은 길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물어보고, 충분히 고민하길 바란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대학원은 학부와 다르게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공간이다. 좋은 학교, 좋은 교수님이 있어도 본인이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완벽한 환경이 아니어도,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실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 글은 화학공학 박사 Peter Kim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