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나는 굉장히 외로운 싸움을 했다. 실험실에서 새벽까지 앉아 논문을 뒤적이고, 내가 필요한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구글 스칼라를 몇 시간씩 헤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ChatGPT도, Claude도, 지금 내가 쓰는 어떤 AI 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사람이 다 해야 했다.
지금 다시 연구를 이어가면서 AI를 본격적으로 써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검색보다 좀 더 편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써보니 차원이 달랐다.
내가 직접 구축한 나만의 연구 비서
내가 주로 활용하는 방식은 OpenClaw라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API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 ChatGPT 같은 채팅 인터페이스와는 다르게, 내 연구 파일이나 메모, 논문 초안과 연동해서 맥락을 기억하는 형태로 쓸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내 연구실 상황을 알고 있는 전담 보조 연구원 한 명을 옆에 두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실험 결과를 해석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이 데이터 패턴에서 가능한 메커니즘을 설명해줘”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다루는 분야—화학공학, 소재, 분리 공정—에 대한 맥락까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가장 편한 기능 중 하나는 레퍼런스 찾기다. 내가 “이 현상 관련해서 최근에 나온 논문 링크 찾아줘”라고 하면 직접 검색해서 관련 링크를 찾아다 준다. 박사 시절에 이런 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기능이다. 물론 AI가 찾아준 링크는 반드시 직접 열어서 확인해야 하지만, 출발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내가 쓰는 방식들
내가 AI를 연구에 쓰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논문 초안 검토 및 표현 개선이다. 영어로 논문을 쓰다 보면 native가 아닌 이상 어색한 표현이 반드시 나온다. AI에게 문단을 던져주면 학술 논문 스타일로 다듬어주고,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제안해준다. 물론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
둘째, 아이디어 발산과 실험 설계 보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접근법을 써볼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내가 미처 생각 못 한 각도에서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모든 아이디어가 쓸 만한 건 아니지만,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탁월하다.
셋째, 정보 탐색의 출발점이다. 전혀 모르는 분야나 새로운 분석 방법이 필요할 때 “이 방법론 개요 설명해줘, 관련 키워드도 알려줘”라고 하면 검색어와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이후로 직접 PubMed, Web of Science에서 검증하는 건 내 몫이다.
그런데, 절대 맹신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은 정말 강조하고 싶다. AI는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쉽게 말해, 자신 있게 틀린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특히 논문 레퍼런스를 물어볼 때 이 문제가 자주 나온다. AI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가짜 논문 제목, 없는 저자, 존재하지 않는 DOI를 실제인 것처럼 대답한 사례가 내 주변에도 있다.
내가 사용하는 원칙은 간단하다. AI가 내놓은 모든 정보는 ‘가설’이다. 실제 논문인지, 수치가 맞는지, 해석이 타당한지는 반드시 원문이나 공식 소스에서 직접 확인한다. AI는 초안을 잡아주는 역할이지, 검증까지 해주는 역할은 아니다.
연구자라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AI가 말하는 내용이 얼마나 자신감 있어 보여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은 절대 버리면 안 된다. 오히려 AI를 잘 쓰려면 기본 지식이 더 탄탄해야 한다—틀린 정보를 틀렸다고 알아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박사과정 중인 연구자라면
나는 박사 시절에 이런 도구가 없어서 고생했지만, 지금 이 시대에 연구를 시작하거나 진행 중인 사람들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AI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면 반복적인 잡무에서 벗어나서 진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렇다고 AI를 쓰는 게 ‘편법’은 절대 아니다. 망치를 쓰는 목수가 더 뛰어난 목수인 것처럼, 도구를 잘 쓰는 연구자가 더 효율적인 연구자가 된다. 중요한 건 도구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AI는 보조수단이고, 연구의 방향과 판단은 항상 연구자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
만약 아직 AI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한번 써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몇 번만 써보면 금세 흐름이 느껴진다. 단, 환각 문제는 항상 염두에 두고,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교차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기 바란다.
AI는 당신 연구의 적이 아니라, 잘 길들이면 꽤 쓸만한 연구 동반자가 된다.
AI 도구 선택,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처음 AI 연구 보조 도구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걸 써야 하나요?”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뭐든 써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ChatGPT, Claude, Gemini처럼 웹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연구 스타일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경로다.
내가 OpenClaw를 선택한 이유는 API 연동이 유연하고, 내 파일이나 메모와 연결해서 맥락을 유지한 채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 채팅 인터페이스와 달리, 한 세션에서 내 연구 주제와 현재 진행 상황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배경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 절약이다.
물론 API를 직접 연동하는 방식은 약간의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있다. 하지만 Python을 조금 다룰 줄 안다면 어렵지 않게 설정할 수 있고, 이공계 연구자라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이다. 실제로 API 설정에 걸린 시간은 하루도 채 안 됐다.
내가 느낀 AI 활용의 진짜 가치
AI를 연구에 써본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게 있다. AI의 진짜 가치는 정답을 내놓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AI가 틀릴 수도 있고, 내가 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AI는 내가 생각을 정리할 때 “말 상대”가 되어준다. 혼자 연구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검증할 창구가 없어서 생각이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AI는 언제나 거기 있고 지치지 않는다.
또 하나, 언어 장벽 완화다. 영어 논문을 읽고 쓰는 일은 비영어권 연구자에게 항상 추가 부담이다. AI를 활용하면 논문 독해나 작문 교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그 시간을 실제 연구 사고에 쏟을 수 있다는 점이 체감상 가장 큰 이점 중 하나였다.
결국 AI는 연구자의 시간을 사는 도구다. 그 시간을 어디에 쓸지는 연구자가 결정해야 한다. AI가 줄여준 잡무 시간을 더 깊은 사고와 실험에 투자한다면, 연구의 질은 분명히 올라간다.
지금 이 시대의 연구자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수 역량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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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경험: 이 글은 박사 시절엔 없었던 관련 주제를 대학원 생활 중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