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처음 쓰게 된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논문 Introduction을 쓰다가 막혀서였다.
박사 과정 중에 논문을 쓰다 보면 인용 문헌을 그냥 베낄 수는 없으니까 내 말로 바꿔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귀찮은 작업이다. 특히 영어로 쓰는 경우엔 원문이랑 너무 비슷하면 안 되고, 그렇다고 의미가 달라지면 안 되고, 근데 또 자연스러워야 하고. 그 미묘한 균형 잡기가 매번 피곤했다.
그러다 ChatGPT가 나왔다. 당시엔 연구자들이 쓸 만한 AI 글쓰기 도구라는 게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뭔가 새로운 게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단 가입만 해뒀다.
한 달만 써보고 별로면 끊자
구독 버튼 누르기 전에 스스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한 달만 써보고 별로면 바로 끊는다.” 그때 ChatGPT Plus가 월 20달러였는데, 솔직히 논문 쓰는 데 AI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이 없었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어색했다.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답이 나와도 “이게 맞나?” 싶어서 결국 다시 직접 고쳐 쓰는 일도 많았다. 근데 쓰다 보니까 패러프레이징만큼은 꽤 쓸 만하다는 걸 알게 됐다. 원문 붙여넣고 “이 문장을 비슷한 뜻이지만 다른 표현으로 바꿔줘”라고 하면, 거기서 고를 만한 버전이 두세 개는 나왔다.
한 달이 지났다. 끊지 않았다.
패러프레이징 기계로만 썼다, 솔직히
계속 구독을 유지하긴 했는데, 쓰는 방식은 꽤 단순했다. 거의 Introduction 섹션에서 인용 문헌 패러프레이징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코드 짜달라고 하거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하거나, 뭔가 복잡한 작업을 맡기거나 하는 건 별로 없었다.
사람들이 “ChatGPT로 이것저것 다 하더라”는 얘기를 할 때, 나는 솔직히 그만큼 활용하지 않았다. 화학공학 분야 연구 내용을 AI한테 설명하고 같이 고민하는 건 뭔가 신뢰가 덜 갔고, 그냥 글 표현을 다듬는 용도로만 쓰는 게 마음 편했다. 아마 연구자들 중에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엔 다들 한두 가지 용도로만 시작하니까.
그래도 그 한두 가지 용도가 충분히 가치 있었다. 논문 Introduction 초안 잡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고, 표현 때문에 머리 싸매는 시간도 확실히 덜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없을 때보다는 분명히 나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갈아탔다
시간이 지나면서 AI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ChatGPT만 쓰다가 Gemini도 써보고, Perplexity도 써보고, 그 외에도 새로운 게 계속 나왔다.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다.
그러다 요즘은 Claude를 주로 쓰게 됐다. 연구자 입장에서 봤을 때 Claude가 학술적인 맥락에 가장 잘 대응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AI들은 가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Claude는 그런 환각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연구 관련 작업에 믿고 쓸 수 있었다. 논문 내용을 물어봤을 때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도 연구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신뢰가 갔다.
나쁜 이별은 아니었다. 그냥 더 좋은 선택지가 생긴 것뿐이니까.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돌아보면 ChatGPT를 처음 쓰던 시절이 AI 도구에 대한 나름의 기준선이 생긴 시기이기도 했다. 완전히 믿지는 않되, 써볼 수 있는 건 써보자는 태도. 처음엔 패러프레이징 하나로 시작했지만, 그게 결국 지금 이것저것 AI 도구를 찾아서 써보는 습관의 출발점이 됐다.
연구자들 중에 AI 도구를 아직 안 써본 분들이 있다면, 꼭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나처럼 “한 달만 써보자”는 마음으로 딱 하나의 용도만 정해서 시작해도 충분하다. 논문 표현을 다듬는 데 쓰든, 영어 이메일 검토에 쓰든, 뭐든 하나만 정해서 써보는 게 첫걸음이다.
거기서 시작해서 천천히 익숙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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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Peter Kim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