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초안을 드디어 완성했다. 밤새워 Discussion 마지막 문장까지 마무리하고 지도교수님께 파일을 전달했더니, 돌아온 첫 마디가 이랬다.
“사사표기는요?”
멍했다. 사사표기? 그게 뭔가요? 처음 논문을 쓰던 박사과정 시절, 나는 사사표기(Acknowledgments)라는 개념 자체를 제대로 몰랐다. 논문 마지막 섹션에 감사의 말 같은 걸 쓰는 거 아닌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사사표기는 단순한 감사 인사가 아니라, 연구를 가능하게 한 재정 지원 출처를 공식적으로 명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논문이 거절당하거나, 심각한 경우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에야 비로소 알았다.
사사표기란 무엇이고, 왜 이렇게 중요한가
사사표기(Acknowledgments 또는 Funding Acknowledgment)는 논문에서 해당 연구를 위해 지원받은 과제, 기금, 연구비 등을 명시하는 섹션이다. 대부분의 국내외 학술지는 논문 투고 시 사사표기를 필수 항목으로 요구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비를 지원한 기관이 자신들의 투자가 어떤 결과물을 냈는지 공식적으로 기록할 권리가 있고, 독자들은 해당 연구가 어떤 펀딩 배경에서 수행됐는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국연구재단(NRF),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과제를 지원한다. 그리고 각 기관은 자체 사사표기 형식을 정해두고 있다. 이 형식을 따르지 않으면 나중에 과제 완료 보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첫 논문 투고 직전에야, 그것도 교수님한테 “사사표기 어떻게 했어요?”라는 날선 질문을 받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

먼저 교수님께 여쭤봐야 할 것
사사표기 관련해 처음 해야 할 일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바로 지도교수님께 “이 논문은 어느 과제로 사사표기 해야 하나요?”라고 여쭤보는 것이다. 당연한 것 같지만, 처음엔 이게 뭘 묻는 건지조차 몰라서 그냥 넘기거나,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교수님은 보통 여러 과제를 동시에 진행한다. 기초연구과제,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산학과제, 국가전략과제 등 종류도 다양하고 과제번호도 제각각이다. 해당 논문이 어느 과제에서 수행된 연구인지는 교수님만 정확히 알고 있다. 따라서 논문 초안을 드린 뒤 “사사표기는 어느 과제로 해야 하나요?”라고 직접 여쭤보는 게 맞다.
내가 경험했을 때, 교수님은 과제명과 과제번호, 그리고 지원 기관명을 알려주셨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지원 기관: 한국연구재단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 과제명: 고분자 복합소재의 열전달 메커니즘 연구
- 과제번호: 2022R1A2C1XXXXXX
이 정보를 받았다면 절반은 끝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 정보를 올바른 형식으로 작성하는 일이다.
기관 사이트에서 사사표기 가이드라인 찾기
각 기관은 자신들이 지원한 연구에 대해 어떻게 사사표기를 해야 하는지 공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걸 찾아서 정확히 따르는 것이 핵심이다. 임의로 변형하거나 빠뜨리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NRF 홈페이지(www.nrf.re.kr) 또는 IRIS(통합연구지원시스템, iris.go.kr)에 접속하면 사사표기 예시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NRF 사사표기 형식은 아래와 같다: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MSIT) (No. 2022R1A2C1XXXXXX).
한국어 논문의 경우엔 국문 형식도 함께 사용한다:
이 논문은 2022년도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o. 2022R1A2C1XXXXXX).
기관마다 요구하는 표현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과제라면 다음과 같은 형식을 따른다:
This work was partly supported by Institute of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Planning & Evaluation (IITP)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 (MSIT) (No. 2021-0-XXXXX, [과제명]).
중요한 것은 과제번호와 부처명(MSIT, MOTIE 등)을 정확히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관 사이트에 나온 문구를 그대로 복사해서 과제번호만 자기 것으로 바꾸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논문 퍼블리셔가 요구하는 위치에 삽입하기
사사표기 문구를 완성했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해당 문구를 논문의 올바른 위치에 넣는 것이다. 학술지마다 사사표기 위치와 형식이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의 국제 저널(예: Elsevier, Springer, Wiley 계열)은 투고 시스템에 별도의 “Funding Information” 또는 “Acknowledgments” 입력란을 제공한다. 여기에 해당 문구를 붙여 넣으면 되고, 최종 인쇄본에서는 본문 뒤, 참고문헌 앞에 자동으로 배치된다.
일부 저널은 원고 파일 내에 직접 Acknowledgments 섹션을 포함시키도록 요구한다. 이 경우 Methods 또는 Conclusion 섹션 뒤, References 앞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널의 Author Guidelines를 반드시 확인하고, 요구하는 위치와 형식에 맞게 삽입해야 한다.
또한 복수 과제의 지원을 받은 경우, 각 과제를 순서대로 모두 나열해야 한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해당 과제의 성과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사사표기, 한 번 배우면 평생 써먹는다
지금은 포닥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논문을 쓸 때마다 사사표기를 당연하게 챙긴다. 오히려 새로 들어온 학생들이 사사표기를 빠뜨리거나 잘못 작성하는 걸 보면 과거의 내가 보이는 것 같다.
당시 교수님한테 혼났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논문 다 썼다고 끝이 아니야. 사사표기 없는 논문은 낼 수 없어”라는 말씀이 그날 이후 내 체크리스트의 첫 번째 항목이 됐다.
논문 초안이 완성되면 제출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목록에 사사표기를 넣어두자. 교수님께 어떤 과제인지 확인하고, 기관 홈페이지에서 정확한 문구를 찾고, 저널이 요구하는 위치에 삽입하는 것. 이 세 단계만 기억해도 사사표기로 인한 트러블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한 번 제대로 배워두면 이후 논문마다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내 과제를 갖게 되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가 됐을 때, 이 경험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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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경험: 이 글은 대학원 생활 중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