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연구행정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 다 알려준다고 능사가 아니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포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는 입장이 됐다. 연구 자체도 그렇지만, 특히 연구행정 업무가 그렇다. 연구비 집행 서류, 구매 품의, 출장 정산, 인건비 처리…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낯설고, 실수하면 반려되고 다시 해야 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나는 이 과정을 어떻게 배웠을까?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 친절하게 알려준 기억이 거의 없다. 선배들은 바빴고, 나는 그냥 알아서 해야 했다. 서류 양식을 찾아서 써보고, 틀리면 산학협력단에서 반려 메일을 받고, 다시 수정하고. 그 과정이 반복됐다. 당시에는 속이 많이 상했다. ‘왜 미리 알려주지 않는 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선배들이 좀 더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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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후배들한테는 다 알려주겠다 다짐했던 이유

박사과정 시절 내가 겪은 그 불편함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후배들이 들어오면 나는 반드시 다 알려주자고 마음먹었다. 처음 구매 품의 올리는 법부터, 출장비 정산 방법, 연구비 카드 사용 시 주의사항, 심지어 산학협력단 담당자에게 메일 쓰는 방식까지 하나하나 다 설명했다.

후배가 실수하면 같이 수정해줬고, 어디서 막혔는지 보고 즉시 해결책도 알려줬다. 처음엔 이 방식이 맞는 것 같았다. 후배들이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수도 줄어들었다. 내가 고생한 것을 후배들은 겪지 않아도 되니까,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거였다. 분명히 알려줬는데, 한 달 뒤에 또 같은 부분에서 막혔다. 처음엔 그냥 잊어버린 거겠지 했는데, 두 번, 세 번 반복되니까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후배의 태도였다. 내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먼저 고민해보기보다, 바로 나한테 물어보거나 내가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방식이 자리 잡혀 있었다. ‘선배가 해주겠지’라는 마음이 생긴 거였다. 내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의존하게 만든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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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선배들이 이해됐다

이 상황이 되고 나서야, 박사과정 시절 나를 그냥 내버려뒀던 선배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나 몰라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의도적인 방식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직접 부딪혀봐야 기억에 남는다는 것, 실수를 본인이 처리해봐야 다음엔 안 한다는 것. 나는 그걸 속이 상하는 경험이라고만 여겼는데, 사실 그게 스스로 업무를 소화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었던 거다.

물론 선배들이 완벽했다는 건 아니다.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서 정말 큰 실수를 할 뻔한 경험도 있었고, 그건 분명히 아쉬웠다. 하지만 세세한 것까지 다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연구행정 교육의 방식

포닥 생활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연구행정을 가르치는 나의 방식은 조금 달라졌다. 핵심 원칙은 이렇다.

첫 번째, 큰 그림은 반드시 알려준다. 연구비 종류에 따라 집행 방식이 다르다는 것, 정산 기한이 있다는 것, 증빙 서류를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는 것 같은 기본 틀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런 걸 모르면 나중에 돌이키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두 번째, 세부 실행은 직접 해보게 한다. 품의서 양식 채우는 것, 서류 제출 경로 찾는 것, 산학협력단 문의하는 것은 스스로 해보게 한다. 막히면 힌트를 주되, 내가 대신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세 번째, 실수하면 왜 실수했는지 스스로 찾게 한다. 반려가 오면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먼저 확인해보라고 한다. 그 과정을 거쳐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내가 바로 답을 줘버리면, 그 과정 자체가 사라진다.

결국 교육은 ‘기억에 남게 하는 것’

연구행정 업무는 솔직히 누군가 옆에서 하나씩 설명해줘도 쉽지 않다. 서류 종류도 많고, 기관마다 양식이 다르고, 해마다 규정이 조금씩 바뀐다. 그래서 중요한 건 모든 걸 외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습관을 기르는 거다.

내가 처음 후배들에게 다 알려줬을 때의 문제는, 그 과정을 내가 대신 해줬다는 데 있었다. 이제는 핵심 정보를 알려주되, 직접 부딪혀보는 경험은 후배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선배에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던 박사과정 시절이 억울하게 느껴졌던 것처럼, 반대로 너무 다 해줘서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빼앗는 것도 결국 후배에게 손해다. 그 중간 어딘가를 찾는 게 진짜 가르침이라는 걸, 포닥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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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경험: 이 글은 대학원 생활 중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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