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논문 작성의 막막함
영어 논문을 처음 쓰려고 앉으면, 첫 문장부터 막힌다. “이걸 영어로 어떻게 써야 하지?” 실험 결과는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는데, 그것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학술 영어’를 모르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인 영어 회화와 논문 영어는 완전히 다르다. 논문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특정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These results suggest that…”, “It is noteworthy that…”, “As shown in Figure 1…” 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이런 패턴을 모르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논문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학술 영어는 패턴이 정해져 있다
학술 논문에서 쓰는 영어는 생각보다 훨씬 좁은 범위의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백 편의 논문을 읽어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같은 분야의 논문들이 놀랍도록 비슷한 표현들을 반복해서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학공학 분야 논문의 Introduction에서는 “Recent advances in… have attracted considerable attention”, “However, little is known about…”, “In this study, we investigated…” 같은 표현들이 반복된다. Results 섹션에서는 “As can be seen from…”, “The data clearly demonstrate that…”, “Notably, the…”가 자주 나온다.
이런 표현들은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만들어온 언어 규칙이다. 이것을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분야의 논문을 많이 읽는 것이다.

논문을 많이 읽으면 생기는 것
자기 분야의 논문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몇 가지 변화가 생긴다.
자주 쓰는 구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용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논문을 많이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아, 이 표현 어디서 봤었는데”라는 느낌이 오기 시작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표현이 반복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단어 선택의 감이 생긴다. 학술 논문에서는 일상 단어보다 더 정확하고 격식 있는 단어를 선호한다. “show” 대신 “demonstrate”, “use” 대신 “employ”, “find” 대신 “observe” 같은 선택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문장 구조가 몸에 익는다. 논문의 각 섹션에는 그 섹션에 맞는 문장 구조가 있다. Introduction은 배경에서 문제 제기로, Results는 결과 서술에서 해석으로 흐르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흐름을 몸으로 익히면 논문 쓰기가 훨씬 쉬워진다.
실천 방법
논문 읽기를 통해 영어 표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있다.
좋은 논문의 문장 구조를 따라 써보자. 잘 쓰인 논문의 Introduction이나 Discussion을 읽고, 그 문장 구조를 가져다가 내 연구 내용에 맞게 바꿔보는 연습을 해보자. 이것이 학술 영어를 가장 빠르게 익히는 방법이다.
자주 쓰는 표현을 메모해두자. 논문을 읽으면서 “이 표현 나중에 쓸 수 있겠다”고 느껴지는 문장들을 따로 모아두자. 메모장이든, 스프레드시트든, 본인에게 편한 방식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Introduction과 Discussion을 집중적으로 읽자. Abstract는 너무 요약되어 있고, Methods는 기술적인 서술이 많다. Introduction과 Discussion이 가장 다양한 학술 표현들이 등장하는 섹션이다. 이 두 섹션을 집중적으로 읽으면 논문 영어의 핵심 패턴들을 빠르게 익힐 수 있다.

모방에서 시작하되, 표절은 조심하자
논문 영어를 익히는 것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자연스럽고 권장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표현의 패턴을 배우는 것과 문장 자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특정 논문의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것은 표절이다. 설령 출처를 밝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학술 윤리에 어긋난다. 이것이 발각되면 논문 게재 거부는 물론, 학술 커리어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올바른 방법은 이렇다. “이 논문에서 이런 구조로 결과를 설명했구나”라는 것을 배우고, 그 구조를 내 결과를 설명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문장의 구조와 표현 패턴은 배우되,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완전히 내 것이어야 한다.
패턴은 공유 자산이지만, 문장은 개인 자산이다. 이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면서 논문 읽기를 통해 영어 실력을 쌓아가자. 결국 충분한 논문을 읽다 보면, 모방 없이도 자연스러운 학술 영어가 나오는 날이 온다. 그 과정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문을 읽는 시간을 아끼지 말자. 읽는 시간이 쌓일수록 쓰는 시간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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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경험: 이 글은 박사과정 중 영어 논문 작성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