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에 입학했지만 졸업이 달라질 때 — 연구실 동기와의 시간 차이를 대하는 방법

졸업 시기가 엇갈리던 그날, 연구실 복도에서 멈춰 섰다

박사과정 3년 차였던 어느 봄날, 나는 연구실 복도에서 동기의 졸업 심사 통과 소식을 들었다. 같은 해 같은 달에 입학했고, 같은 지도교수 아래서 비슷한 실험을 반복해온 친구였다.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손가락이 잠깐 멈췄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는 왜 아직도 여기 있지?’ ‘내가 부족한 건가?’ ‘이 길이 맞는 걸까?’ 그날 이후 연구실 책상 앞에 앉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졌다. 실험 노트를 펼쳐도 집중이 되지 않았고, 지도교수와의 주간 미팅이 유독 두렵게 느껴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감정은 단순한 질투나 열등감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목표를 향해 달려온 사람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느끼는 복합적인 심리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라고 부르며, 특히 자신과 유사한 조건에 있는 사람과 비교할 때 그 충격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4년에 제안한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의견을 평가할 때 객관적인 기준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동기의 졸업 소식이 당신을 흔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 반응이다.

문제는 이 감정을 방치했을 때다. 연구 의욕이 급격히 저하되고, 지도교수와의 미팅이 두려워지며, 심한 경우 대학원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시 준비생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의 수험 생활 중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학원생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졸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긴 레이스 속에서, 옆 레인의 선수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은 분명히 심리적 충격을 준다. 나는 그 충격을 직접 겪었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이후 연구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왜 유독 연구실 동기의 졸업이 더 깊이 파고드는가

화학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실제로 느낀 것인데, 친한 친구가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연구실 동기가 먼저 졸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정 강도는 분명히 다르다. 그 이유는 ‘비교의 조건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실, 같은 지도교수, 비슷한 연구 분야, 동일한 입학 연도.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밀려온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라고 한다. 자신보다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인데, 이 상향 비교는 때로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조건이 지나치게 유사할 경우 오히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은, 실험 조건이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각자의 연구 주제가 가진 변수, 데이터의 재현성, 지도교수와의 소통 방식, 심지어 그해 학회 일정까지 졸업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이는 ‘동일한 조건’이라는 전제 자체가 사실은 상당히 왜곡된 인식일 수 있다.

실제로 내 경우만 해도, 동기가 먼저 졸업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선택한 연구 주제가 당시 학계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는 요인이 컸다. 반면 나는 당시로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파고들고 있었고, 그 때문에 데이터 해석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은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연구 경로의 차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 차이를 냉정하게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감정이 판단력보다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자괴감을 다루는 방법 — 실험실에서 직접 써본 전략들

박사과정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이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비교의 단위를 바꾸는 것’이다. 동기와 나를 비교하는 대신,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전환하는 것이다. 연구 노트를 꺼내 6개월 전에 내가 씨름하던 문제와 지금 내가 다루고 있는 문제를 나란히 놓아보면, 분명히 성장의 흔적이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자기위로가 아니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내부 비교(Intra-personal Comparison)’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는 전략이다.

두 번째로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지도교수와의 대화를 ‘결과 보고’가 아닌 ‘과정 점검’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미팅에서 결과물만 보여주려 하다 보니, 진전이 없는 시기에는 미팅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방향을 바꿔 “이번 주에 이 가설이 왜 틀렸는지를 파악했습니다”라는 식으로 과정 중심의 보고를 시작하자,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달라졌다. 실패도 연구의 일부라는 것을 교수도, 나도 함께 인식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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